"리튬 채굴량 13%, 시장점유율 60%"…美 견제 부른 중국 '배터리 파워'

입력 2022-09-16 13:00
수정 2022-09-30 00:01

미국 정부가 중국의 공급망 시장 영향력을 우려해 내놓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배터리 시장 영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IRA의 의회 통과 두 달 만에 테슬라 등 주요 기업들이 배터리 공장 건설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IRA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의 '탈 중국화'. IRA는 중국 광물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광물 비중을 높여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당초 유럽에 건설하려 했던 배터리 정제시설을 미국 내에 짓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미국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3.5%(2100만t) 가량을 보유한 자원 대국이지만 그동안 정제 시설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원재료인 리튬을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하려면 정제·가공이 필수다.

중국은 이 분야에 진작부터 힘을 쏟아왔다. 중국은 해외 광물을 수입해 정제하는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 전 세계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가공해 수출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수산화리튬 수입(올 1~7월)의 중 84%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 리튬 회사들은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들인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 배터리 등에 필요한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세계 리튬 채굴량에서 중국의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정제 리튬 시장 점유율은 무려 60%에 육박한다.


최근 리튬 가격 급등기에도 중국 기업들은 톡톡히 재미를 봤다. 중국은 일찌감치 남미에 있는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해 리튬값 급등에 대비했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는 남미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염호 등 '리튬 삼각지'에 몰려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 기업인 톈치리튬은 칠레 최대 리튬 업체인 SQM 지분 24%를 확보했고, 간펑리튬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광산 채굴 회사 '리테아'를 아예 인수했다. 특히 간펑리튬은 호주, 멕시코, 아일랜드의 주요 리튬 광산 지분도 갖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배터리 매출 총액은 427억3000만달러(약 58조7000억원)이었다. 이 중 중국 CATL이 130억달러(약 17조9000억원)로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은 108억9000만달러(약 15조원·26%)로 CATL 한 곳 매출보다도 적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IRA 법안으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나름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CATL은 애당초 멕시코와 미국 일부 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부지 등을 물색 중이었지만,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헝가리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CATL은 헝가리 공장을 독일(튀링겐주)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큰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만들어 미국 대신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