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떨어지겠지"…'천연가스 곱버스'로 달려간 개미들, 결과는

입력 2022-09-16 14:45
수정 2022-09-16 18:58

개인투자자들이 천연가스 '인버스'와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버스 ETN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 만큼 수익을 보는 상품, 곱버스(2배 인버스)는 하락폭의 2배만큼 수익을 보는 상품이다. 하지만 개미들의 '역베팅' 결과는 현재까지 좋지 못하다. 천연가스 가격이 천장 위에 천장을 뚫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개월간(7월 15일~9월 15일) 개인들은 국내 상장된 4개의 '2배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상품을 1148억68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를 475억원,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을 322억원 순매수했다. 환율 헤징 상품인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과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도 각각 217억원, 1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인버스 ETN도 대거 매입했다. '대신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68억원), 'KB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59억원), '메리츠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16억원), '미래에셋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14억원) 등이다.



반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볼 수 있는 정방향 ETN이나, 가격 상승폭의 2배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상품들은 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을 80억원어치,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를 64억원어치,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를 51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KB 천연가스 선물 ETN(H)'(-1억 8700만원), 대신 천연가스 선물 ETN(H)(-1억4100만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개인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펜데믹 시즌이었던 2년 전에 비해 미국 시장 기준 6배 가까이 오르는 등 정상 가격 이상으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도 천연가스 가격은 우상향을 이어가면서, 역방향 ETN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에게 '쓴맛'을 주고 있다. 올해 초 100만BTU(열량단위)당 3.8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은 7월 중순 6.9달러까지 폭등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8.3달러 근처에서 거래중이다. '곱버스' 상품의 기초지수인 '다우존스 상품 인덱스 2X 인버스 내츄럴 가스(DJCNG2IT)'는 7월 초 40 근처에서 거래되다 8월 10대 떨어졌고, 현재는 소폭 반등한 상태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과 하락 전환 가능성이 모두 제기되는 등 변동성은 시간이 갈 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몇몇 유럽 국가에 대한 가스공급을 완전히 끊고,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산 석유의 가격상한제를 검토하는 등 정세 불안이 심화되고 있고, 여기에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경기 침체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천연가스 상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배 인버스나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기초지수가 횡보할 경우 손실이 확대된다"며 "또 ETN 등의 경우 선물로 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롤오버 비용도 크게 나타나기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