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노조 등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6일 하루 총파업을 벌인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귀족 노조’로 불리는 은행원들의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데다 5% 이상의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는 금융노조의 요구에 대한 금융 소비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만큼 파업 참가율은 저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파업 참여율 저조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삼각지역까지 행진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노조 소속 노조원들은 이날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선 노조 대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각사 별로 간부 100여명 가량만 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총파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 노조도 파업 참가자 수는 수백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16년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주요 시중은행 참여율(2.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노조의 빈 자리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메울 전망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유사 및 중복 업무를 축소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는 기업은행 노조는 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서울 본점의 부산 이전에 반발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조도 전체 조합원의 90%인 200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총파업 참여 인원이 1만명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노조 전제 조합원 수(10만명)를 감안하면 10% 안팎에 그친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이 낮은 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에서 계속 파업 참여를 독려 중이지만 고객과 접점에 있는 영업점 직원들은 관심이 크지 않다"며 "전국 모든 영업점포가 정상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 노사 협상 이어질 듯
금융노조가 이날 이후 추가 총파업 계획이 없는 만큼 노사 협상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노사 모두 한 발씩 양보한 상태다.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기존 임금 인상안(1.4%)보다 높은 2.4% 인상안을 제시했고, 금융노조도 임금 인상 요구안을 당초 6.1%에서 5.2%로 낮췄다. 다만 사측에선 5%대 인상률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 36시간(4.5일제) 근로 △영업점포 폐쇄 중단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계획 철회 등 나머지 단협의 경우 사실상 타결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