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의 대표작 ‘다다익선’(사진)이 가동을 중단한 지 4년 만에 다시 스위치를 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5일 다다익선의 복원을 마치고 이날부터 작품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다익선은 백남준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한 작품이다. 총 1003대에 달하는 브라운관 TV를 높이 18m, 지름 7.5m의 철골 구조에 오층탑처럼 쌓아 올렸다.
문제는 브라운관 TV의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 국립현대미술관은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여러 차례 수리를 거듭했지만, 노후화에 따른 누전과 화재 등 위험이 커지자 2018년 2월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2019년 ‘다다익선 보존·복원 3개년 계획’을 세워 보존·복원작업을 시작했다.
복원은 쉽지 않았다. 브라운관 TV가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로 대체되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한 지 오래였다. 중고 시장에서조차 씨가 말랐다. 복원팀은 구형 브라운관 모니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매주 골동품 시장을 뒤져야 했다. 가까스로 부품을 구해 브라운관 모니터 737대를 바꾸거나 고쳤다.
모니터 266대는 외형을 유지하면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로 만든 모니터로 바꿨다. 백남준은 생전 “모니터가 수명을 다하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 하러 그런 걱정을 하냐. 그때 나오는 좋은 TV를 쓰면 된다. 영상만 똑같이 나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관은 또 냉각 설비 등 작품 보존 환경을 개선하고, 필름 등 아날로그 매체에 저장된 영상작품 8개를 디지털로 변환·복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보존을 위해 상영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 작품은 주 4일(목∼일요일), 하루 2시간(오후 2∼4시)만 불이 켜진다. 다만 다음달 3일까지는 재가동을 기념해 주 6일(화∼일요일), 하루 2시간 가동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앞으로도 수명이 다한 브라운관 모니터는 LCD로 교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다익선’ 재가동을 기념한 아카이브 전시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은 내년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