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로 발탁된 김신영 씨가 첫 녹화를 잘 마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신영 씨가 얼마 전 작고한 송해 선생을 이을 진행자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반성했다. 송해 선생 후임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랜 기간 진행됐다. 그러나 여성의 이름이 거론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성단체를 맡고 있는 필자조차 무의식적으로 후임자는 남성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무의식적인 편향이 공학 분야에 여성이 적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24.5%다. 대졸 이상 학력의 공학 분야 산업기술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0.3%에 불과하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시대의 전체 공대 여학생은 아예 없거나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고등학교 동기 중 서울대 의예과를 20여 명이 진학했는데 입학 정원이 훨씬 많은 공대는 단 2명이 갔다. 여학생들이 실력이 없어 공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학생 공학교육 사업에서 함께 일했던 심리학 전공 출신의 연구원은 어려서 공학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1년 과학고와 영재고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은 20.2%인데 국제고와 외국어고는 여학생이 73.6%로 여학생은 문과, 남학생은 이과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아직 여전함을 보여준다.
우리와 같이 여성 엔지니어가 부족한 호주에서 2007년 ‘여성공학인의 날’을 제정하고 만든 구호는 다음과 같다. “공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 공학은 여성에게 좋은 분야다, 더 많은 여성이 공학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는 2022년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구호다. 시기적으로 더 많은 여성을 공학으로 유입해야 할 때다. 인구절벽 시대에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 확보에도 필요하고, 공학을 전공하고 전문 분야로 진입하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성별 고용 격차, 성별 임금 격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져올 다른 사고방식, 접근 방식으로 과학기술 혁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학이 거칠고 힘든 남성의 분야라는 고정관념은 초·중학교부터 바꿔줘야 한다. 공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수학과 과학을 중·고등학교에서 충분히 다루고 대학에 진학해야 전공을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다. 더 많은 여성을 공학으로 또는 과학기술로 인도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