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중 이민자 수용에 앞장섰던 스웨덴에서 극우파가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에서 반(反)이민주의를 내세운 스웨덴민주당이 보수 정당 중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스웨덴의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총선 패배를 승복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데르손 총리는 이날 “보수 야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게 분명해졌다”며 “내일 총리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개표 결과 우파가 우세했다.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개표율 99% 수준에서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를 포함해 기독교민주당, 자유당 등 보수 야권 연합은 49.6%의 득표를 얻어 전체 349석 중 176석을 확보했다. 집권당인 사회민주당과 좌파당·녹색당·중앙당 등으로 이뤄진 중도좌파 연합(48.9%)은 173석 확보가 유력하다. 공식 선거 결과는 주말께 공개된다.
1979년 총선 때부터 이어져 온 사민당(1위)·중도당(2위) 양강 구도가 처음으로 깨졌다. 사민당은 득표율 30% 이상을 얻어 원내 최다 정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보수연합에선 스웨덴민주당이 중도당을 앞지르며 보수 진영 최대 정당으로 등극했다. 스웨덴민주당은 20.6% 득표를 기록해 우파연합 최대 의석 정당이자 원내 제2정당이 됐다. 중도당(19.1%)은 원내 제3당으로 밀려났다.
이날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스웨덴을 최우선에 두고 국민의 안전을 재구축하겠다”며 “다시 스웨덴을 위대하게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스웨덴민주당이 우파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차기 총리는 배출하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스웨덴에선 합의가 필수다. 강경 지지층이 다수인 스웨덴민주당보다 온건파에서 총리직을 맡는 게 합의에 유리할 거란 설명이다. 보수연합에서 중도당의 울프 크리스텐손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주의를 내세운 스웨덴민주당이 약진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1990년대 신나치주의 이력으로 주류 정당이 되기 힘들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2010년 처음 원내에 진입했을 때 주요 보수정당에 외면받았다. 스웨덴 보수당의 근간에는 인종차별 반대와 극단주의 배제가 있어서다.
하지만 스웨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주요 보수정당의 입장이 바꼈다. 스웨덴민주당을 악취가 심한 ‘유럽족제비’에 비유했다. 스웨덴민주당과 절대 연합하지 않겠다던 중도당은 2018년 손을 잡고 2020년 스웨덴민주당과 연합을 꾸렸다.
반(反) 이민주의가 극우파의 약진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은 10년 전까지 이민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사태를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1년 동안 망명 신청자가 15만명에 달했다. 개방을 택한 스웨덴은 지난 10년 동안 50만명의 이민자를 수용했다. 현재 스웨덴 국민 1050만명 중 20%가 외국 태생이다.
스웨덴민주당은 유세 과정에서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를 구호로 앞세우며 보수파를 결집했다. 이민자 수용 거부를 비롯해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의 정책을 내세워 지지층을 확장했다. 최근 잇따른 총기 사고를 억제하고 조직폭력 범죄도 엄벌하겠다는 주장으로 유권자를 공략했다.
이민자와 범죄를 엮으며 반이민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범죄조직과 관련된 살인 사건이 증가한 수치를 활용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민자 혐오 현상이 퍼졌다. 스웨덴에서는 2010년 이후 총기 사고가 빈번해졌다. 스웨덴 경찰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3건의 총기 사고가 발생했다. 현 추세로는 2020년 역대 최다인 379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