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일가가 회사 소유권을 통째로 기부했다. 회사 자산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쓰이길 바라면서다.
14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회장 일가가 회사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넘겼다. 지분 100% 이전 작업은 지난달 완료됐다.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쉬나드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기부를 통해 '자본주의는 극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귀결된다'는 공식을 깨고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쉬나드 회장은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며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이다. 쉬나드 일가가 소유한 지분 가치는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회사 측은 "매년 1억달러 가량 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도 전액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쉬나드 회장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1세대다.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 북한산의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등반인으로서 직접 제작한 의류, 장비 등이 암벽 등반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환경보호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 제작에 유기농·친환경 재료만 사용하고, 직원 복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가 2016년 롱 루트라는 맥주 브랜드를 출시한 것도 환경보호 목적 때문이었다. 롱 루트는 '컨자'라는 다년생 밀을 사용한 맥주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일반 에일 맥주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쉬나드 회장은 또 회사가 적자가 나는 해에도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이번에 지분 처분 결심을 내렸을 땐 기업공개(IPO)나 매각을 추천한 주변인들의 권고를 마다했다. 수익 극대화 방안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