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아냐?"…바나나가 '대롱대롱' 충격의 루이비통 백

입력 2022-09-15 11:30
수정 2022-09-15 13:28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가방에 바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같은 라인의 다른 가방엔 풋사과가 포인트. 이 가방은 '가짜 과일'이 참(Charm)으로 달린 고가 라인 카퓌신이다.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합성일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했다.

이 가방을 만든 건 스위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Urs Fischer·49)다. 3년 전부터 매년 루이비통과 아트 프로젝트를 해온,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빵과 흙과 계란, 과일까지 모두 조각의 재료로

피셔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199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22세에 취리히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예술활동을 시작했다. 런던, 로스앤젤레스, 베를린을 거쳐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대학에서 사진과 미술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점토, 강철, 페인트, 빵, 흙, 농산물까지 경계 없이 재료를 쓴다. 조각과 회화, 사진 등의 대규모 설치 작품들은 스케일을 왜곡해 유머러스하면서도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작품들의 공통된 주제는 '부재와 존재'다. 음식을 작업의 요소로 활용해 썩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든지, 대형 가구에 모든 것은 다 있는데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연출한다.

'빵으로 만든 집'이라는 부제의 '무제 (2004-05)'는 빵 덩어리 조각을 야외에 전시해 앵무새에게 자연스럽게 먹히도록 남겨졌던 작품이다. 'Problem Paintings (2011?)'은 알루미늄 패널에 초상화를 장착해 그 중 일부를 계란, 고추, 키위, 꼬인 볼트, 담배의 이미지로 가려낸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서울2022'에선 그의 이 연작 중 하나가 16억 5000만원(12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인간의 실존이란…언젠가 모두 녹아 사라진다

2001년부터 해온 파라핀 왁스 작업은 피셔의 대표 작품들이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지암볼로냐의 16세기 후반 조각 밀랍 모작을 왁스로 만들고 불을 붙인 뒤 서서히 녹는 과정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안경을 쓰고 코트를 입은 평범한 남자도, 끌어안고 있는 행복한 연인도 그의 작업 앞에선 부질없이 녹아내린다.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있는 연인의 조각상 'The Kiss(2017)' 등의 작품들은 관객들이 직접 망가뜨릴 수 있게 내버려 뒀다.


멀쩡한 작품이 사라지는 장면을 통해 그는 실존주의를 말한다. 인간의 존재와 현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강렬한 메시지. 가장 익숙한 사물이나 인물을 등장시켜 불에 타서 없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는 예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예술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항상 합리화될 수 없는 것에 관한 단어였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것을 보거나 듣는 것.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입니다. 예술이라는 단어의 목적입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