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생존전략 쫓는다"…자체 온라인몰 키우는 패션기업들 [배정철의 패션톡]

입력 2022-09-14 14:33
수정 2022-09-14 15:00


국내 패션기업들이 온라인 패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과 한섬, 이랜드그룹 등 국내 패션기업들은 플랫폼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중이다. 무신사와 W컨셉 등 유명 패션 플랫폼의 입점 수수료가 매출의 30%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한섬, 이랜드그룹 등 패션기업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자체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무신사와 같은 신생 패션 플랫폼에 종속되느니 투자를 진행해 자체 온라인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패션기업의 온라인 전환은 이제 필수 생존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D2C(Direct to customer)는 패션기업 나이키가 2019년 ‘탈 아마존’을 선언하며 가장 먼저 꺼냈다. 유통 거래처를 줄이는 대신 자사몰과 직영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D2C 사업 모델을 사용하면 재고물량 예측이 쉬워지고 소비자의 특성까지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기업들은 D2C와 커뮤니티 공간을 합친 ‘온라인 패션몰’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월 자사몰에 패션 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다이버’라는 커뮤니티를 출시했다. 패션 인플루언서와 소비자들을 온라인 사이트 안으로 불러들여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새단장한 이후 이달까지 80만명의 소비자가 사이트를 방문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방문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도 올해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지난 5월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이랜드리테일의 쇼핑 플랫폼 ‘이랜드몰’과 ‘키디키디’ 등을 이랜드월드의 온라인 비즈니스 부문으로 이관했다. 이랜드월드는 패션과 가구 등을 망라한 상품을 구비한 온라인몰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생 패션 브랜드는 일찌감치 온라인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 널디 등은 자사몰 판매 비중이 80~90%에 달한다.

언더마이카는 자사몰 판매를 고수해 지난 3월 SSG닷컴에 처음으로 상품을 내놓을 정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사몰 판매비중을 높여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전략”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플랫폼 무신사의 온라인 전략을 대부분의 패션기업이 쫓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