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가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최종 결론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 노동조합(노조) 측에서 '평생 사원증' 혜택 축소를 걸고 넘어지면서다.
일부 젊은 조합원들은 퇴직을 앞둔 '고참 조합원'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해 노조 내부 갈등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현재 임단협 재협상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임금(월 9만8000원 기본급 인상)이나 성과급(300%+550만원) 등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은 이달 2일 열린 노조 찬반 투표에서 통과됐지만 단협 사항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이 '평생 사원증' 혜택 축소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뒤 퇴직한 직원들에게 '평생 사원증'을 제공해왔다. 여러 혜택이 있지만 특히 이 평생 사원증이 있으면 퇴직 후에도 평생 기아 차량을 구매할 경우 2년 기간을 두고 차량 값의 30%를 할인해줬다. 현대차 직원의 경우 25% 할인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선 이 제도가 축소됐다. 차량 구입시 할인 횟수를 2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늘렸고, 평생 할인 대신 75세까지로 연령을 제한했다. 할인율도 30%에서 25%로 낮췄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노사의 이 같은 단협 잠정 합의안은 지난 2일 노조 찬반투표에서 57.6% 반대로 부결됐다. 기아 노조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임금안과 단협안을 분리 투표해 둘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
기아 노조의 단협안 부결을 두고 내부에서도 잡음이 흘러나온다. 퇴직을 앞둔 고참 조합원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며 일부 젊은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기아의 국내 직원 연령 구성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50세 이상이 1만8874명으로, 전체의 53.2%에 이른다. 전체 3만4104명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2년2개월에 달한다. 고참 조합원들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구성할 때 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아의 5년차 이하 한 조합원은 "80살 넘어서까지 지속적으로 차량을 바꾸는 사람 비율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단협안이) 과한 축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해당 할인이 축소돼서 문제라기보다는 현 집행부 하에서 단협안이 후퇴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 완성차 기업들은 퇴직자 할인은 고사하고 재고로 쌓여 있는 차에 대한 할인도 없다"며 "평생 할인을 통해 은퇴자를 예우하는 것은 국내 완성차 기업에만 남아 있는 특이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측과 재교섭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