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개발된 입덧 방지 약물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기억하는가. 임신한 여성들이 이 약을 먹고 기형아를 출산한 사건으로, 1962년 판매금지 전까지 48개국에서 기형아 1만2000명이 태어났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부작용을 보이지 않던 물질이다. 이후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약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임상평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모델동물’이란 인간 질환과 생명 현상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동물이다. 이중 ‘질환동물’은 사람 질환의 임상 증상을 나타내는 실험동물이다. 연구하려는 특정 질환이 걸리도록 만든 동물인 셈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 이러한 질환동물이 쓰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20년 6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코로나19 감염 영장류 모델을 개발해 후보물질의 유효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분류학상 인간과 같은 영장목에 속한 게잡이원숭이, 붉은털원숭이 등이 모델동물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영장류 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해 준비했지만,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태다. 미국은 총 7개의 국가영장류센터와 20여 개의 자원센터를 운영하며 전임상연구 및 뇌질환 기초연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엔 2개, 유럽엔 8개의 영장류 시설이 있다. 중국은 41개의 영장류 시설을 운영하며 자체 번식을 통해 원숭이를 생산해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영장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야생동물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 영장류 자원에 대한 공급 문제가 발생하며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개소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영장류 30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사회성을 반영하기 위해 10~15마리 내외 그룹사육을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시설을 보유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영장류의 지원 및 영장류 국내 생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모델동물은 많은 과학적 기반과 연구자들의 노력이 결집돼야 가능한 자원이며, 과학 발전을 통해 동반 성장해야 한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모델동물 클러스터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요 중심 인프라 구축과 관리체계 표준화를 통해 2023년까지 모델동물 관련 정보 공유가 가능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모델동물 자원의 분양·활용 등 전 단계를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2026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실험동물센터와 KMPC 사업단은 모델동물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았다. 그중 영장류 모델동물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거점은행 역할을 한다. 모델동물 지원을 통해 생명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