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활용한 희귀 안질환 원인 분석에 나섰다. 한진우, 이준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희귀 안질환인 영아 눈떨림증후군의 원인을 분석하는 유전자 검사 기법에 AI 딥러닝을 접목해 분석법을 개선했다고 최근 밝혔다.
영아 눈떨림증후군은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게서 눈동자가 좌우, 상하 또는 복합적으로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 안질환이다.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질환으로 인구 2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최근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이 정착되면서 영아 눈떨림증후군의 원인 규명과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NGS 기법으로도 40~50%의 환자는 여전히 원인 돌연변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NGS 기법에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모든 유전체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원인 돌연변이를 찾았다. 기존 분석법으로 유전체를 전부 분석하기에는 범위가 방대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AI 딥러닝으로 전장유전체 분석법을 시행하면 약 30억 개에 이르는 유전체 영역을 검사할 수 있다.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지 않는 비전사영역 분석이 가능하고 유전체 구조적 변이와 조절 부위 변이도 검출하기 용이하다. 연구팀은 기존 분석법에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영아 눈떨림증후군 환자와 가족 4개군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법을 시행해 영아 눈떨림증후군 연관 유전자인 FRMD7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FRMD7 유전자의 비전사영역에서 발견된 변이는 스플라이싱 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플라이싱 오류는 암, 희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한 교수는 “비전사영역 변이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쉽지 않은데, AI 딥러닝을 바탕으로 스플라이싱 오류 예측이 가능했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희귀 질환에서 원인 변이를 찾지 못한 환자들에게 AI 딥러닝과 전장유전체분석의 활용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