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든 현장 업무를 하려는 청년들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닥부터 쌓아올린 경험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고의 스펙이 될 수 있어요. 제가 바로 산증인입니다. "
서연지 SPC그룹 쉐이크쉑 동남아사업부 영업기획담당(31·사진)은 회사 내 후배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20대에 점장을 거쳐 미국서 실무 교육을 받고 30대 초반 신시장을 개척하는 해외지사 주재원이 됐기 때문이다. 'K-푸드 시대' 최적의 커리어패스다.
서 담당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장 아르바이트부터 내 경력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10여년 전엔 그저 '배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대학생 시절 배스킨라빈스 의정부점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4년간 주말 알바를 했다.
그는 "무거운 아이스크림 통을 교체하고 반복적으로 스쿱을 떠내면 팔에 멍이 들 정도로 고되다"면서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어야한다는 생각에 꾸준히 일을 했다"고 했다.
서 담당이 SPC에 입사하겠다는 꿈을 꾸게 된 결정적 동기는 2013년 회사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면서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계열 브랜드 매장이나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알바생 중 근속기간과 근무태도,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매년 200명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하는 '행복한 장학금'사업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2012년 시작된 장학금 사업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서 담당을 비롯한 총 2028명의 장학생들이 누적 36억20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서 담당은 "장학금 수여식이 있던 날, SPC 양재동 빌딩을 바라보며 이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장기 알바 경력은 매년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는데도 기여를 했다. SPC그룹이 매년 선발인원의 10%가량을 알바 출신들로 뽑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 인턴으로 입사한 서 담당은 점포 지원 업무에는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정직원 전환이 됐다. 첫 업무는 '쉐이크쉑 한국 론칭'. 그는 "쉐이크쉑 1호점(강남점) 오픈 첫 날, 생각지도 못했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직원들 모두 피곤함을 잊고 기쁨을 만끽했다"고 했다.
강남점은 2016년 개점이후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를 찍었다. 1호점의 성공적 론칭 덕분에 서 담당은 25세에 쉐이크쉑 2호점(청담) 점장이 됐다.
2018년 쉐이크쉑 싱가포르 사업 운영권을 따낸 SPC는 탄탄한 현장 업무와 신규 브랜드 론칭 경험을 갖춘 서 담당을 주재원으로 발령했다. 서 담당은 4년간 싱가포르 사업을 안착시킨 데 이어, 최근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드림팀'에도 들어갔다.
그야말로 국내·외에서 신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을 두루 갖춘 외식업계 '블루칩 인재'로 성장한 것이다. 스카웃 제의가 많이 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담당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SPC그룹을 널리 알리려면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서 담당은 능력있는 후배들이 매장 업무를 하찮게 보거나 몸을 쓰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팀워크와 순발력,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까지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장"이라며 "알바를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진지한 자세로 임하면 스펙의 중요한 한 줄을 채울 수 있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