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이 수행한 다면평가 결과가 안 좋다는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이라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서는 해고가 아닌 '승진' 등 인사관리에서까지 다면평가 활용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과 주관적인 평판에 근거한 다면평가를 승진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행정직 공무원 A(여성)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청구한 '행정 6급으로의 승진임용 제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일은 잘하는데 동료 관계는 꽝...'승진 탈락' 시켰더니
2001년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A는 2021년 하반기 7급 이하 공무원 승진계획 공고에서 승진심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후보자명부 순위로 예정 인원 95명 중 25등에 해당했다.
이후 서울시는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지방공무원법 임용령은 다면평가 제도를 두고 있고, 실시한 경우 결과를 임용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는 여기서 하위 10%이자 40점 미만의 점수를 받게 됐다.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게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규정을 근거로 들어 해당 근로자를 6급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면평가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하며, 이를 근거로 승진에서 배제한 것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서울시 인사 규칙도 다면평가제도의 본래 목적이 능력개발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보완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보조자료는 몰라도 근무성적평정이나 경력 평정을 무시하고 승진임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순 없다"고 판시했다.
또 "중간관리자인 5급 사무관이 아닌 6급 승진 임용 과정에서는, 리더십 역량보다는 실무 처리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 외에도 A가 민원인 감사 인사를 받고 포상 대상자에 추천받은 바 있고, 야간 법무 대학원에 다니고 여러 프로젝트를 제안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어 "다면평가는 주관적 인식이나 평판, 관계를 근거로 평가하게 되는 등 한가지 특성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어 객관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평가하는 동료들에게도 해당 자료가 사실상 (승진) 결격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A는 여성이라 성 문제로 징계 받은 적이 없는데 성인지 감수성 항목에서 평균 점수 미만을 받았고, 공직 윤리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항소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면평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인사담당자들은 다면평가 제도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크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먼저 △평가 항목이 평가자 스스로 되돌아보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사후 검증이 가능한 내용일 것 △다면평가가 피평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평가를 받는 사람과 평가자 모두에게 사전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고지될 것이다.
그래야만 다면평가가 객관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신중하게 이뤄지리란 지적이다. 그 외에 다른 판례에서도 "피평가자를 잘 아는 사람들로 평가단을 구성해야 하며 무작위로 구성했다면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2006구합33002).
반면 다른 법원의 입장도 있다. 다면평가 결과로 인해 교원 재계약에서 탈락한 근로자가 학교를 상대로 청구한 소송에서 법원은 "근로 평가는 수치로 계량되는 실적뿐만 아니라 근무태도, 청렴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개별 평가 요소에 관해 상세한 판단 기준이 없어 평가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해도 평가 기준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기도 했다(2019구합5847).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근무나 인사평가는 본질상 평가항목과 평가방법에 있어 어느 정도 추상적이고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 사용자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다면평가 활용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인사담당자들은 평가항목 그 자체나 평가결과가 피평가자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