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입니다. 정부가 결정한 사안을 우리가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과제를 잘 실행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직원들과 ‘진솔한 소통’은 이어가겠지만 부산 이전은 거스를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시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산은 직원들은 본점 1층 로비에서 강 회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방 이전이 이뤄지려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강 회장은 “법 개정 이전이라도 해양부문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영업을 강화하겠다”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선 수도권뿐 아니라 부울경 지역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산은을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자회사인 지역개발금융공사를 부산에 보내는 안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대우조선해양 문제에 대해선 ‘빠른 매각’ 원칙을 수차례 밝혔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이 멋진 회사로 커나가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산은 체제에선 이런 걸 하기 어렵다”며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지난 7월 국회에 출석해 그동안의 기조를 뒤집고 대우조선 ‘분리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회장은 이날 “어떤 방식이든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과 관련한 피해에 대해 대우조선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강 회장은 “제도의 틀을 벗어난 불법행위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손배소를 했다가 나중에 취하하는 식의 관행은 추후에 또 다른 불법행위를 야기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1%를 책임지는 산은이 되고자 한다”며 ‘한국 경제 대도약 프로젝트’ 구상도 소개했다. 그는 “향후 5개 내외의 산업을 선정할 계획이고 1호 프로젝트로 반도체산업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팹리스·파운드리 10조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에 10조원, 메모리 반도체에 10조원 등 향후 5년간 30조원의 금융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