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 고로를 일제히 재가동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하지만 침수 피해가 큰 압연설비 등의 복구는 더딘 상황이어서 제철소의 완전한 정상 가동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14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작년 말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하고 태풍 피해로 가동을 임시 중단했던 3개 고로 모두 쇳물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포스코는 제강 및 연주설비 복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제강공장은 전로 총 7기 중 5기, 연주는 총 8기 중 6기를 이날 재가동했다. 제강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객 요구에 맞게 성분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연주는 제강과정을 거친 쇳물로 고체 형태의 철강 반제품(슬래브)을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문제는 압연설비다. 압연은 열과 압력을 가해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작업이다. 포항제철소는 이번 피해로 수변변전소를 비롯한 제철소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제철소 내 높게 솟아 있는 고로는 침수 피해를 면했지만 압연설비 등 지상 설비는 바닷물에 그대로 노출됐다.
포스코는 압연설비를 통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압연설비 가동이 불가능하면 쇳물과 연주설비를 통해 슬래브만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압연부문 배수 작업이 90%까지 완료되는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물도 빼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확한 복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를 정상화하기 전까지 슬래브를 광양제철소와 외부 압연업체에 보내 공급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다만 포항제철소 생산량을 모두 충족하는 건 역부족이다. 지난해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1685만t으로 포스코 전체 생산량(3826만t)의 44%에 달한다. 국내 생산량(7042만t)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열연 220만t, 냉연 291만t, 후판 338만t, 선재 274만t 등을 생산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