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유예가 금융시장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022년 세제개편안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이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정 위원은 “금투세의 과세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면서 주식 등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일부 대주주에 국한하는 등 조세 형평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합리적인 과세 측면에서는 금투세의 도입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6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이라며 금투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적금에 대해선 꼬박꼬박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데 반해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선 대주주가 아닌 이상 한 푼의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 불합리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이 넘는 소득(주식 5000만원)을 올릴 경우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기재부가 올 들어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7월엔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한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하며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금투세 신설은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도입이 결정된 상태다. 시행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는 국회와의 협의도 없이 “유예한다”고 하고,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이 떠맡고 있다. 한 금융사 고위 간부는 “금투세 도입에 대비해 관련 시스템을 구비해 왔다”며 “여기에만 수십억원의 돈을 쏟아부었는데 자칫 헛돈을 쓴 꼴이 될 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세법을 정치적 목적에 의해 수시로 바꿨다. 서민을 위한 일이라며 부동산 세법을 대거 개정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세무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세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세법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세금의 정치화’를 이제 멈출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