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사옥과 불과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적진'의 한가운데 애플스토어 개점 채비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 애플스토어 매장을 열기 위한 채비에 돌입했다. 애플은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비제바노 빌딩 2개층을 보증금 42억원과 월세 4억2000만원 상당의 조건으로 임차 계약을 맺고 애플스토어 매장 운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매장이 들어서는 곳은 비제바노 빌딩 지상 1층(805.48㎡)과 2층(783.04㎡) 공간으로 금강제화 자회사 갈라인터내셔널이 운영하던 애플 체험 매장 '프리스비'와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쓰던 공간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개점일로부터 10년간이다.
내년 1분기 공사가 완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스토어 강남점(가칭)은 내년 2분기 이후부터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당 공간은 공사 가림막을 쳐둔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존 입점 업체는 철수한 상태다.
강남역 일대는 과거 애플이 국내 첫 애플스토어를 열 때부터 명동, 가로수길 등과 함께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 가로수길을 첫 매장 자리로 최종 낙점한 뒤 흐지부지됐다. 당시 애플은 "유동인구가 명동 수준으로 많으면서 동시에 임대료는 저렴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입점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애플은 지난해 애플스토어 여의도점(2호점), 올해 4월 명동점(3호점)을 차례로 열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 신규 매장을 열고 나선다. 4호점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옛 홀리스터 매장 위치에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의 애플스토어 입점 추진설이 돌고 있는 와중에 애플스토어 내부 자재 등이 예상 공간에 반입되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잠실 4호점 개점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올 초 진행된 애플의 4번째 대규모 인력채용 공고에서 근무지역이 '동서울'로 기재된 점도 애플스토어 잠실점(가칭) 개점의 근거로 꼽힌다.
이를 고려하면 신논현역 인근에 들어서는 강남 두 번째 애플스토어는 국내 5호점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 최대 규모인 명동점보다 다소 작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과 강남 신규 매장이 생기게 되면 국내 애플스토어는 총 5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애플스토어 강남점이 들어설 신논현역 인근은 2030대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서울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 사옥과 직선거리로 불과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적진'의 한가운데란 의미가 있다. 앞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한국에 첫 매장 후보로 강남역 일대를 물색할 당시 "애플이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신호"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애플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2%로 집계됐다. 전년(65%)과 비교해 7%포인트 증가한 반면, 애플은 1%포인트 늘어난 21%에 그쳤다. 애플은 최근 LG베스트샵과도 손을 잡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보완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직영 매장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애플스토어 5호점 개점 계획에 대해 애플 측은 명동 3호점을 제외한 다른 매장은 현재까지 공유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