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복무규율과 직장질서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두고, 직원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게 한다.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일상생활 중 상당한 시간을 보내며 업무적으로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복무규율과 직장질서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회사는 해고를 포함한 징계라는 수단을 활용하게 된다.
징계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정 및 입증,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양정의 결정 등이 가장 중요하고 분쟁이 많으므로 회사로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그런데 징계는 징계사유가 입증이 되지 않거나 양정이 과다하여 실체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절차를 지키지 못하여 많은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실제로는 실체적인 부분이 압도적으로 중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징계가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는 양자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축구에서 1:0으로 지든 10:0으로 지든 1패라는 점은 동일함에도 1:0으로 지면 더 아쉽고 억울한 것처럼, 비교적 챙기기 용이한 절차상 이슈로 징계가 무효가 되면 여러 모로 회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놓치기 쉬운 징계절차 쟁점 3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징계사유 특정 문제이다. 주로 징계해고에 관한 선례들이지만, 판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해고사유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이 열거되어 있는 사유 이외의 사유로는 징계해고를 할 수 없다고 하거나(대법원 1994. 12. 27. 선고 93다52525 판결), 취업규칙에서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징계해고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유로 징계해고 한 것 역시 부당해고라는 입장이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32329 판결). 따라서 ‘갑’이라는 행위는 징계사유 A, ‘을’이라는 행위는 징계사유 B와 같은 방식으로 특정을 할 필요가 있다(물론 하나의 행위가 복수의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징계를 받는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고지함으로써 방어권을 보장해 주면서, 추후 분쟁에서도 회사가 어떤 이유로 징계를 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용이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해고의 경우에는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통지할 의무도 있으므로,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회사 중에는 여러 비위행위를 열거하고, 동시에 여러 징계사유 또한 열거하는 방법으로 징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비위행위가 어떤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특정이 어려우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앞으로 어떤 비위행위가 일어날지 미리 예상하여 이를 모두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예상 가능한 징계사유를 특정해 놓은 후 그에 준하는 사유와 같은 정도로 포괄조항을 마련해 놓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 징계조사 및 징계위원회(인사위원회) 진행 과정상 절차 준수 문제이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조사 개시부터 징계위원회 개최를 거쳐 징계확정 시까지 각종 절차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징계조사 과정에서 징계혐의자의 소명 청취 징계위원회 개최 며칠 전까지 출석 통지, 징계위원회 개최 전까지 징계사유 통지, 징계위원회 구성(징계위원회 최저 정족수, 징계위원회 위원의 직급, 징계위원 제척 사유 등), 징계위원회 소명 기회 부여, 재심 절차 있을 때 재심 기회 부여 기간 등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위에 언급한 절차 관련 사항들에 대하여 모두 선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나, 법원은 징계사유 사전통지, 소명기회 부여, 징계위원회 구성의 하자 등에서 매우 엄격한 입장, 즉 절차를 위반하면 징계는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6다59748 판결 등), 실무적으로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며칠 내’ 통지하라는 규정이 있을 때 날짜 계산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예를 들어 5일 이내 통지라는 규정이 있을 때, 이벤트 발생일이 9월 14일이라면 그로부터 5일 전은 초일을 산입하지 않고 역산하여 9월9일 0시(9월8일 자정)이 되므로 그 이전까지 통지를 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쉽게 계산하면 통지일과 이벤트 발생일 사이에 만 5일이 있으면 된다.
셋째, 징계시효 문제이다.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 역시 다양하지만 대체로 (1)‘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O년이 지나면 징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유형, (2)‘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O일 내 징계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2)유형이 법적 성격이 동일한지 아닌지 논란은 있으나 양자 모두 회사의 징계권을 제한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해당 기간을 도과하여 한 징계는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판례는 (2) 유형에 해당하는 규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판례는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생긴 때이지만, 징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이 없어진 때부터 위 기간이 기산된다. 만일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가 나중에 밝혀지기 전까지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가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징계위원회의 개최시한이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회사가 횡령 혐의를 확인한 이후의 사정(징계대상자의 부인, 노조의 반발)과 수사절차 진행 경과(경찰의 불기소의견 송치 후, 검찰의 재수사 지휘에 따른 추가조사와 기소의견 송치) 등에 비추어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을 통지받은 날에서야 비로소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가 증명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기업으로서는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시효 도과의 논란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가급적 기한 내에 관련 조치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행할 필요가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