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강제노동이 투입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의 타깃인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는 재료 수확 또는 채굴, 제조, 유통 등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강제노동이 들어간 제품을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이번주 내에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주요 적용 대상은 중국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EU의 법안은 미국이 지난 6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과 취지가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적용에선 일부 차이가 있다. 미국의 법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로 지역을 명시했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에 강제노동이 투입됐다고 추정한다. 신장산 제품을 수입하려는 업체가 강제노동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EU가 추진하는 법안은 이런 추정 규정이 없으며, 수입국이 강제노동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상대국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등 강제노동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역 제한을 없애 EU 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이라도 중간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들어갔다면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법안이 입법 절차를 거쳐 실제 적용되는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중국이 신장 지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하는지 여부는 중국과 서방 국가 간 갈등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서방의 의혹 제기에 중국은 '날조'라고 반발해 왔다. 강제노동 의심 시설은 직업훈련원이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신장 지역 인권 문제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말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차별적 구금이 이뤄졌으며, 이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가 강제노동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산당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법안이 중국과 EU의 관계와 손상된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용 중국무역협회 전문가위원회 부회장은 "미국과 EU의 중국 견제에는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은 중국식 발전 모델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