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기호 1번 수소(Hydrogen)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hydro’와 생긴다는 의미의 ‘genes’에서 유래됐다. 1783년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성공한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물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원소’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수소는 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에너지원이면서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자원이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이다. 전 세계가 여러 산업에 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다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풍부한 자원이지만 수소는 자연 상태에 혼자 순수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국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듯이,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야만 순수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수소 생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천연가스를 분해하는 ‘개질(추출)수소’, 공장의 폐가스를 활용하는 ‘부생수소’, 물을 분해해서 얻는 ‘수전해수소’다. 현재는 천연가스를 물과 반응시켜 얻는 개질수소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개질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 수소 1㎏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5~10㎏이 발생한다. 해당 수소를 활용할 경우 완벽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어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그레이수소(Grey hydrogen)’라 부른다. 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자원에 의존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기술이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이다. 그레이수소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CCUS를 활용해 생산되는 수소는 ‘블루수소’라 부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인더스크리아크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CCUS 시장 규모만 253억달러(약 28조원)로 추정된다.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수전해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수전해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해 물을 분해한다. 생산 과정이 100% 친환경이어서 이를 ‘그린수소’라 부른다. 문제는 효율이다. 많은 전기를 투입해야 하고, 친환경 전기로 굳이 수소를 생산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생산 이후 수소의 운송과 저장 역시 걸림돌이다. 수소를 저장한 뒤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서는 초고압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액화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저장 및 운송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걸림돌이 많지만 아주 먼 미래의 기술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프라 기술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은 블루수소를 위한 CCUS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SK E&S도 최근 수전해 설비를 공개했다. 현대건설은 하루 1t 이상의 수소생산 및 운송이 가능한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및 투자도 활발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울산 스타트업 GT, AAR 등과 협업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수소 생산 및 저장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인 하이리움산업도 벤처캐피털의 꾸준한 투자 유치를 받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소시대로의 전환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대규모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수소 외에는 큰 대안이 없다. 수소 활용이 쉬워지면 물류와 이동 수단에 혁신이 일어나고, 우주로 향하는 길도 보다 빠르게 열릴 수 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