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정치 이야기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와 1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글이다. 미국 퀴니피악대가 지난해 11월 성인 1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6%가 추수감사절에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둘러앉는 명절 연휴에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은 것은 어디서든 인지상정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귀성길에 오른 한국인들도 비슷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추석에 하는 정치 이야기가 정치 발전을 이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명절은 다양한 세대가 여러 지역에서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몇 안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가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결국 피할 수 없다면 방법이 중요하다. 추석 명절에 가족끼리 어떻게 정치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정치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차 교수는 “가족이라고 해서 비슷한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 엄마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또 우리 아들은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 지도자 개인에 대한 평가나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정치라는 것은 누가 권력을 잡든지 간에 나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어떤 지도자가 더 낫냐고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여야 당 대표 개인을 평가하거나 공격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파적 이야기보다는 연금정책 등 민생 관련 주제를 잡아 토론하라고 조언했다.
엄 소장은 “정파적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민생과 관련된 정책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서로의 가치관도 확인할 수 있고 대립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