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그룹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기관과 기업들이 2주 만에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을 사들인 직후 한진칼 주가가 30% 넘게 급락한 탓이다.
8일 한진칼은 0.49% 내린 4만900원에 마감했다. 반도그룹이 지분 15.98%(6720억원)를 매각한 이후 9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26일 반도그룹은 델타항공과 LX판토스에 각각 1.68%, 3.83%의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이외 지분 10.47%는 대부분 국내 기관이 사들였다. 투신(자산운용사)이 2028억원, 사모펀드가 1735억원을 매입했다. 주당 매입 가격은 거래 전날 종가(5만8400원)에 7% 할증된 6만2500원이다.
거래가 ‘클럽딜(소수 기관만 모아 거래)’ 형태로 이뤄져 어떤 기관이 지분을 매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우호주주)’를 자처한 대기업들이 사모펀드 등을 통해 지분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이뤄진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전환했다. 경영권 분쟁이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매입가(6만2500원) 대비 하락폭은 34.6%에 달한다. 매입 규모(3760억원) 대비 손실은 1301억원에 이른다.
일부 운용사는 고객의 펀드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손실이 개인투자자에게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 당시 받았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다시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빠질 것이란 예상에 공매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232만7884주였던 대차잔액은 이달 7일 289만2882주까지 늘어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