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원격의료 합법화를 적극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을 2건이나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이 뒷짐 지는 듯한 모습인 데다, 초진·경증 환자로 비대면 진료 대상 폭을 넓히려던 전용기 의원 발의안은 급기야 철회된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비대면 진료 온라인 플랫폼의 환자 유인행위, 의료 광고 등에 규제를 가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야당이 되니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규제완화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고 나몰라라 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하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확장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세계 주요국의 각축전이 치열한 분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등 6개국을 제외한 32개국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2015년 초진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은 코로나 확산 이후 관련 규제를 다 풀었고, 중국에서도 2015년 이후 작년까지 관련 시장 규모가 8.5배나 커졌다. 김대중 정부 때 시범사업에 들어갔으나 시행은 14년째 제자리걸음인 한국으로선 말 그대로 꿈같은 얘기다. 이제는 단순히 규제 풀기 차원을 넘어 미래 유망 산업이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의료 시행 여건은 확연히 나아졌다.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이후 전화상담과 처방만 3000만 건에 이른다. 많은 국민이 제도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대형 병원 쏠림, 오진, 의약품 오남용 등 그간 우려했던 부작용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 입장이던 대한의사협회도 대안 강구 등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169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 이런 상황에서 돌연 입을 다물며 딴소리까지 하는 것은 제도 도입에 제동을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초진 환자 불가’ ‘의원급에 한해 허용’ 등 원격의료 합법화 방침을 세웠지만, 이 또한 의지가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야당인데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원격의료 추진은 민생 입법 과제에서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입장이 달라진다면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일 뿐이다. 원격의료 문제에서 민주당의 당론이 무엇이며, 대안은 뭔지 좀 더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