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지윤 씨(31·가명)는 친구들 사이에서 명품백이 많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모임에 나갈 때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샤넬·루이비통·디올 등 다양한 명품백을 들고 나가다 보니 생긴 인식입니다. 하지만 지윤 씨의 수많은 명품백들은 그의 소유가 아닙니다. 명품백들은 한달 뒤엔 지윤 씨의 손을 떠납니다. ‘렌트’(임대) 상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결혼식이나 동창회 등 많은 친구들이 명품백을 들고 나오는 장소에 나갈 때 체면상 필요하긴 하지만 수백만원 씩주고 사기엔 아까웠다”며 “유행이 자주 바뀌기도 하고 옷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들고 싶은데 다 구매할 만한 여유는 없어 월정액을 내는 명품백 렌탈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대체로 만족하며 이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명품시장에서 렌트업이 한껏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 달에 4~8만원 가량을 내면 루이비통, 샤넬 등의 유명 명품을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주 소비 주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입니다. 큰돈을 들여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면 된다는 인식, 한정된 자금 안에서 최대한의 경험을 뽑아내는 MZ세대의 소비문화가 명품 선호현상과 결합하면서 명품 렌탈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11일 관련업체에 따르면 리본즈코리아가 운영하는 명품 렌탈 서비스 ‘렌트잇’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렌트잇은 월 4만9000~7만9000원을 내고 명품 6000여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 1239만원으로 값이 오른 핸드백 ‘샤넬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사이즈)’의 경우 하루 3만6640원 정도에 빌릴 수 있습니다.
MZ세대 사이에서 거금을 들여 명품을 구매해 내내 같은 제품만 쓰기보다는 매주 혹은 매월 다른 제품을 써보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한 명품 렌트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진모 씨(28)는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 3일 간 루이비통 가방을 빌리면서 할인쿠폰 등을 다운받아 이것저것 혜택을 적용하니 15000원도 안되는 비용이 들었다“며 ”사려면 300만원 가까이 줘야하는 가방을 딱 필요한 시점에 1만원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으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명품 렌탈 서비스를 이용자 중에는 고가의 신상품을 사기 전에 짧게 사용해보면서 미리 경험하려는 수요층도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직접 매보거나 착용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명품 매장을 방문하려니 아침부터 오픈런을 하고 대기를 할 만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장을 가도 고가의 제품인 만큼 충분히 만저보거나 매보는 등의 착용을 해보기는 어렵습니다.
전문직 윤정우 씨(35)도 최근 렌트 서비스를 통해 샤넬 핸드백 네 가지를 비교 체험한 뒤 제품 하나를 골라 구매했습니다. 윤 씨는 ”평소 관심을 두던 샤넬 클래식백과 호보백, 보이백, 빈티지백 등을 렌탈해 며칠씩 착용해봤다“며 ”실제 사용해보니 몇가지 제품들은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금속 끈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등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감안해 가장 불편함이 없었던 빈티지백(2.55 플랩백)을 구매했다는 소식도 알렸습니다. 윤 씨는 ”1000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면서 혹시나 실패할까봐 우려했는데 몇만원을 내고 사용해 본 뒤 구매하니 적당한 제품을 잘 고를 수 있었다“고 만족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