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쏠림’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는 가운데 서울지역 과학고 경쟁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외국어고(외고)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를 겪고 있다. 일반고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 이과반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과학고 입학 원서접수 마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국 20개 과학고 중 지난 7일까지 결과를 공개한 18개 과학고에는 5389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4728명보다 661명(14.0%) 늘어난 수치다.
평균 경쟁률도 3.60대1로 지난해(3.16대 1)보다 상승했다. 학교별로는 경기북과학고가 8.0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성과학고 4.91대 1, 대전동신과학고 4.19대 1순이었다.
서울권 2개 과학고(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 의 평균 경쟁률은 4.43대 1로 현행 선발방식이 적용된 2011학년도 이래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 과학고 등 영재학교 출신의 의약학계열 진학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경쟁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상위권 대학이 연계된 특수 계약학과가 잇따라 설립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학고 선호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던 외고의 인기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외고는 통상 10~11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2023학년도 경쟁률이 나오지 않았지만, 입시업계에선 올해도 절반이상이 미달사태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2학년도에는 전국 30개 외고 중 15개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국 경쟁률도 2020학년도 1.5대1에서 1.1대1까지 떨어졌다. 서울권에서도 서울외고(0.9대 1), 이화외고(0.9대 1)가 미달됐다.
강원외고, 울산외고, 김포외고 등은 개교 이후 처음으로 미달 사태를 맞았다. 학령인구가 매년 급감하면서 신입생 모집은 갈수록 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인문계만 있고 내신에서도 유리할 게 없는 외고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