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1300억 증발"…한진칼, '기관 무덤' 전락하나

입력 2022-09-08 15:05
수정 2022-09-08 15:12

한진칼 지분을 반도그룹으로부터 사들인 기관들이 2주 만에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을 사들인 직후 한진칼 주가가 30% 넘게 급락하면서다.

8일 오후 3시 기준 한진칼은 0.12% 내린 4만1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그룹이 지분 15.98%(6720억원)를 매각한 이후 9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26일 반도그룹은 델타항공과 LX판토스에 지분 각각 1.68%, 3.83%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이외 지분 10.47%는 대부분 국내 기관들이 사들였다. 투신(자산운용사)이 2028억원, 사모펀드가 1735억원을 매입했다. 주당 매입 가격은 거래 전날 종가(5만8400)에 7%가 할증된 6만2500원이다.

거래가 ‘클럽딜(소수 기관만 모아 거래)’ 형태로 이뤄져 어떤 기관이나 펀드가 지분을 매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LX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할증까지 해서 사들인다는 소식에 많은 기관들도 거래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이뤄진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전환했다. 경영권 분쟁이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매입가(6만2500원) 대비 하락폭은 34%에 달한다. 매입 규모(3760억원) 대비 손실은 1280억원에 이른다.

LX판토스는 물류 사업 확장 측면에서 투자해 단기 주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LX판토스는 LX그룹의 물류회사다.

일부 기관들은 펀드를 통해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손실이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유도 모른채 자신의 펀드가 손실을 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 당시 받았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다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가 빠질 것이란 예상에 공매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232만7884주였던 대차잔고는 지난 7일 289만2882주까지 늘어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