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죄인'입니다"…추석 연휴가 두려운 150만명의 정체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2-09-11 20:00
수정 2022-09-11 20:15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명절에 취준생은 '죄인'입니다. 추석 연휴 때 카페에서 이력서 준비하고 스터디에 나가려고 합니다. - A씨(27)

경기 회복세라는데 일자리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 수준입니다. 조금 쉬어갈 생각입니다. -B씨(30)
A씨와 같은 취업준비생이 77만명, B씨와 같은 20~40대 '쉬었음' 인구가 84만명. 통계청에서 가장 최근인 7월 고용 상황을 나타낸 지표다. 최근 고용 개선세에도 두 지표의 합은 내내 1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약 150만명 인구가 양질의 일자리를 바라면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한다. 통계청이 매년 8월 실시하는 부가 조사에서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 이들이 그냥 쉬었다는 주된 사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가 꼽히고 있다.

최근 고용률과 실업률이 개선되는 등 올해 들어 노동 시장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100만명에 훌쭉 뛰어넘어선 취준생과 젊은 '쉬었음'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공급은 아직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쉬었음' 인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 '쉬었음' 인구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매달 빠짐없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해왔다. 그전까지 160만명 안팎에서 움직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에 200만명을 돌파하다 내려오는 듯하더니, 2018년 12월 이후에는 2019년 4월과 5월 190만명대를 기록한 2번을 제외하면 모두 200만명대를 기록했다. 종전보다 '쉬었음' 인구가 약 25%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최고점을 기록한 후 이 지표는 다소 내려간 모습이다.

이를 한창 일해야 하는 20~40대 젊은 층으로 한정해 놓고 따져보면, 통상 50~60만명 초반 수준이던 게 2019년 1월에는 70만명을 돌파, 같은 해 8월부터는 80만명 안팎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후인 2020년 3월 이후에는 90만명대로 오른 후, 100만명을 넘어선 사례가 5번 나왔다.

취준생 인구는 문재인 정부 초 70만명대 초반에서 움직이다 2019년 이후 하방선이 높아져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 2월 7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후에 급증하면서 지난해 5월에 89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 12월 76만명까지 내려왔으나 지난 7월 77만2000명을 기록하면서 좀처럼 코로나19 전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노동 시장 동향은 취준생 등에게는 좋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노동 시장의 근간인 제조업에서 일자리 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8월 말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향후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겠으나 경기 회복세 둔화로 증가 폭은 점차 축소될 전망"이라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는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증가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7일 내놓은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재정 일자리 정책 탓에 민간에서 일자리가 대거 줄어들고 실업수당 등으로 인해 '쉬었음' 인구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윤석열 정부의 시장 중심의 일자리 창출 기조는 그 방향은 맞으나, 경기 현황으로 봤을 때 인내심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준생이나 '쉬었음' 인구가 다시 시장으로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특히 디지털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노동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