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호재를 갖춘 서울 강남권 단지조차 수억원씩 떨어진 실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신고가가 21억원까지 치솟았던 송파 지역의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면적 84㎡는 16억원대로 주저앉았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16억7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9월 신고가(21억원)에 비해 4억3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4494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송파 지역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가구당 대지 지분이 커서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잠실주공5단지, 잠실 장미 등 송파구의 다른 재건축 단지보다 사업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만 지난 4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고 속도를 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전용 84㎡ 기준 16억2000만원까지 가격을 내린 매물이 나왔다.
문정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로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이달 들어 몇천만원씩 더 낮추고 있다”며 “매수 문의가 종종 오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림픽훼밀리타운과 더불어 세칭 ‘올림픽 3인방’으로 꼽히는 방이동 올림픽선수촌과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등도 마찬가지다. 1988년 준공된 올림픽선수촌은 총 5540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다. 높은 대지 지분이 장점이다.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전용 131㎡는 작년 8월 신고가(31억5000만원)보다 3억7000만원 내린 27억8000만원에 지난달 실거래가 이뤄졌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올림픽공원이 단지 정문에 있고, 단지 뒤편으로는 녹지가 둘러싸고 있어 송파구 내에서도 재건축 기대주로 꼽히는 단지다.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인 C등급을 받아 한때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 재도전을 통해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았으나 새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수혜 단지로 꼽혔다.
입지와 높은 대지 지분을 두루 갖춘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356가구)도 실거래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용 134㎡는 지난 7월 37억1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37억5000만원·지난 4월)보다 낮았다.
같은 단지 전용 178㎡짜리는 지난 7월 42억원에 직거래 형태로 매매됐다. 중개거래가 아니라 직거래라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 1월 세운 신고가 47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주 -0.10%에서 0.12%로 낙폭이 확대됐다. 강남구(-0.06%), 서초구(-0.02%) 등 다른 강남권에 비해 가장 낙폭이 가파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