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자신의 개인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빌려줄 사람이 과연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숙박자의 안전, 시설의 질, 대금 지급이 원활히 이뤄질지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성공 사례이자 세계 최대 숙박업체로 성장했다.
앞서 우려한 문제들은 이른바 ‘현명한’ 소비자와 공급자가 시장에서 거래하며 자발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차츰 해결됐다.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디지털 경제를 양성화하고, 공유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취지의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의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분야에서 효율성 제고 혁신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인데 그 내용의 본질은 ‘축소’와 ‘폐지’다. 업무추진비 10% 삭감,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이 그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전국에 지어진 시설 관리나 대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과거 지역별로 사무소와 사택을 두어 직원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이런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업무 수행은 그대로 지원하면서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는 진짜 혁신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민간 제안을 받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유오피스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사무소의 민간 오피스 활용 방안을 고민해 본다면 다양한 방식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콘도나 골프 회원권을 매각하는 것 역시 공공기관 혁신 방안 중 하나다. 휴양 및 스포츠 시설 이용권은 민간기업도 제공하는 직원 복지이고, 직원 복지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다. 그렇다면 직원 복지를 위해 공공기관이 공동 대응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관광공사가 보유한 숙박시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야놀자’와 같은 민간 플랫폼 서비스와 협의해 휴양시설 활용권을 공공기관이 공동 구매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과 발상의 전환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혁신 방안은 민간 영역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하면서도 공공기관이 자신의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정부나 공공기관 모두 수없이 많은 ‘안 되는 이유’를 이야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혁신은 과거 방식의 답습이나 기존 질서의 파괴 없이 일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수십 년 동안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정부는 ‘훈련된 무능’으로 단련된 공공기관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혁신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면 공공기관은 딱 그만큼만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정부의 강요된 가이드라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의 혁신 아이디어가 더 충만한 것은 자유를 포기하고 순종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유 의지에 따라 판단하고 책임을 지려는 기업가의 용기는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정부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진정으로 자유를 국정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혁신의 자유를 관료와 공공기관에도 허락해야 한다. 그 자유가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관료와 공공기관을 스스로 책임지는 어른이 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