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유니콘 중 55개사, 국내선 제대로 사업 못한다

입력 2022-09-07 15:54
수정 2022-09-07 15:56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규제로 인해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사업 확산이 어려웠다는 뜻이지만, 이는 동일 업종을 노렸던 국내 초기 스타트업이 해외 ‘공룡’들에 비해 열악하게 사업을 운영해왔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진다. 승차공유·원격의료·공유숙박 등 전 분야에서 규제 해결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아산나눔재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5개 기관과 업체는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2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함께 공개하며 “100대 유니콘 중 55개 업체는 여전히 국내서 온전한 사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관련 보고서는 2017년에도 글로벌 유니콘 100개 중 56개 업체가 국내서 규제에 저촉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5년간 규제 철폐가 구호처럼 외쳐졌지만, 실제론 크게 변한 게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56개 유니콘 기업 중 23개 업체는 이미 상장사로 성장했다. 우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니오, 스퀘어 등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름을 올렸다.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12개 기업은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2017년 기준 누적 투자액 60조원이던 이들 업체는 지난달 기준 시가총액 합산액은 497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상반기 기준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20%에 달하는 규모다.

규제혁신 제도의 실효성 부족은 문제 원인으로 지목됐다. 통합적 규제 해소와 전주기적 지원 방안 강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업 검토 단계에서 스타트업이 대상 규제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엔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해 실증과 종료 단계에서 기존 운영 프로그램과 투자 유치 등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때 규제 샌드박스의 소요 기간과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정비해서 기업의 운영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부가 마련했던 신·구 산업 갈등 해결 정책인 ‘한걸음 모델’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한걸음 모델이 신규 산업의 영업시간이나 범위 등을 제한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규제혁신 주제 선정과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경수 삼정KPMG 상무는 “미국의 우버는 사회적 기여금을 내면서도 피해 규모에 따른 이익조정 금액의 적정 여부를 매사추세츠주에서 반복 판단했다”며 “정부가 갈등 해결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 도입될 수 없었다”며 “스타트업과 창업가에겐 시간과 속도가 매우 중요한 만큼」 연구 결과가 국내 스타트업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