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는 시대, 탑승자의 고객경험 관리가 관건이다[딜로이트 컨설팅]

입력 2022-09-07 18:08
이 기사는 09월 07일 18: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객 경험 관리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한국을 포함한 25개국 2만6000여 명의 자동차 고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어디에서 자동차를 구매할지에 대한 결정 요인 중 고객 경험이 어떤 항목보다도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최신 조사인 2022년 결과에서도 주요 구매층인 20대 후반~40대 중반 연령대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를 결정할 때 고객 경험이 주는 영향이 자동차 디자인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다. 고객 경험의 중요성은 이제 업계의 상식이 됐다.

과거 자동차 제조업체는 고객과의 접점 및 관계 관리를 딜러망에 위임하고,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의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제조 효율에 기반한 경쟁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기아를 포함한 글로벌 대형 OEM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벤틀리 등 틈새형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웹사이트 및 다양한 고객 앱을 통해 온라인 접점을 확보해 고객 대응 및 고객 프로파일 ·행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고객 탐색 단계에서는 비식별 상태의 고객인지 및 행동 분석, 데이터 기반 캠페인을 통한 리드 확보 및 전환을 진행하고, 이용 단계에서 AS 서비스 및 부품 판매 제고를 위해 세일즈포스와 같은 CRM 플랫폼을 도입해 고객을 하나의 ID로 인지하고 있다. 각 접점에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하기 위한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후 48%의 고객은 제조업체와 22%의 고객은 딜러사와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딜러십에서의 구매 경험 또한 너무 많은 서류 작업(57%), 느린 업무 처리(42%), 딜러마다 서로 다른 가격(40%), 원하는 상품의 재고 부족(30%) 등 각 항목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직판 모델, 에이전시 모델 도입, 온라인 직접 판매, 웹 및 앱을 통한 접점 대응력 강화 등 디지털 수단을 통한 혁신을 시도 중이지만 딜러망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고객 측면에서도 실물 확인이나 시승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동차를 완전히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을 주저하는 소비자 비중은 한국, 미국, 독일, 일본 모두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업체 주도의 디지털 기반 고객 경험 관리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수단을 통한 직접 접점 확대와 유통 모델의 혁신은 여전히 가치가 있으며 발전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의 고객 경험 관리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미래 방향으로 규정되는 전기차 및 커넥티드카의 확산과 함께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고 있어서다. 자동차의 성격이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대고객 판매방식과 스킬이 요구되고 있다. 전동화에 따른 정비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AS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테슬라, 니오 등 기술 기반의 새로운 진입자는 배터리 및 충전 관련 서비스, 차량 내 콘텐츠 서비스 등에서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레벨 3 수준에서는 고속도로 위에서 종횡 방향 제어, 사고위험 감소에 따라 운전 중 이메일 확인, 전화 통화 등이 과거에 비해 수월해진 상황이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어 레벨 4 수준 이상이 되면 운전자와 차량 내(In-vehicle) 탑승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는 자율주행차 내에서 업무, 쇼핑 등 차량 내 경험 제공을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 콘텐츠 등에 대해 다양한 연구 개발을 수행 중이다. 스마트폰의 발전 과정에서 보았듯 중요한 것은 기기 사용 측면의 편리성, 우수성만이 아니라 기기 간 소통 및 제어,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구동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다. 실제로 고객 경험을 지원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운전자가 자동차 브랜드가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타 서비스와 연동성이 높고 편리한 외부 내비게이션을 차량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자동 업계는 기술 기반의 신규 진입자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단순한 이동 수단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고객은 과거와 달리 5~6년을 이용할 최신 모델의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해서 업그레이드되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그 안에서 업무, 휴식,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OS 기반의 플랫폼을 갖춘 스마트 디바이스를 구매하는 양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의 고객 경험 관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글로벌 OEM과 같이 구매 및 오너십 경험 위주의 CRM 플랫폼 도입을 통해 고객 ID 기반의 데이터를 축적해야한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고객 경험 여정 관리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자사의 웹사이트 및 고객 앱, 커넥티드카 등 고객 접점 전체에 대한 커버리지와 오너십에 있어 완성도도 갖춰야 한다.

향후 차량 내 고객 경험 주도를 위해 커넥티드카를 통해 축적되는 고객의 운행, 차량 내 활동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고객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상품개발, 소프트웨어 협력 업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 경험 관리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