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400선이 붕괴됐다. 지난 달 중순까지 진행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의 약 75%를 반납했다. 3.3%대로 치솟은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미 기준금리 인상과 강(强)달러,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거시경제 변수가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당분간 약세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7일 오후 코스피지수는 1.75% 하락한 2368.40에 거래 중이다. 급격하게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오전 장중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8원까지 치솟았다.
미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그룹에 따르면 미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은 74%로 높아졌다. 미 경제가 Fed의 강도 높은 긴축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힘을 받으면서다.
전날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8월 서비스업 PMI는 56.9로 컨센서스(55.5)를 상회했다. 고용지수(50.2)는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
유럽의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면서 '패리티(1달러=1유로)'가 깨진 유로화, 커지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도 달러화 강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는 서둘러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날 오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100억원어치를, 코스닥 시장에서 9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도 6400계약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가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672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상방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포지션을 유지하는게 부담스러운 환경이라고 판단한 주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블랙아웃(FOMC 일주일 전부터 Fed 위원들이 대외적 메시지를 내지 않는 시기) 직전 위원들이 내뱉을 발언, 오는 13일 있을 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을 앞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3.3%대로 치솟자 금리 인상에 취약한 성장주로 분류되는 네이버(-2.98%), 카카오(-3.87%) 등은 급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일 미 증시에서 마이크론(-2%), 엔비디아(-1.3%), 인텔(-3%)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대부분 하락한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1.75% 하락한 5만6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96%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거시경제 변수가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환경이 지속되는 중"이라며 "코스피 지수는 당분간 약세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