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이 n번방 피해자에게 왜 작동을 왜 안 했습니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경찰에 신고하면 검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겁니까? 그럼 국민들한테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 AI 시스템이 작동 안 했습니다. 여러분'이라고 하세요. 으이구 정말." (이수진 의원)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 이 대화는 지난 5일 국회 예결위 회의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간의 '인공지능(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 관련 문답 내용이다.
이날 이 의원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 지원을 위해 2019년부터 1억9천200만원을 들여 '인공지능(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왜 제2의 n번방 사건을 탐지하지 못했느냐"고 한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검찰이 AI 기반 탐지를 어떻게 하느냐"고 어리둥절해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0년 4월 본격 가동된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이란 대검의 불법 촬영물 감지 시스템이며 모든 웹상의 성범죄 유포 자료를 예방적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묘한 긴장감까지 자아낸 대화의 배경에는 2021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수사권 조정이 되며 검찰이 성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갖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안동건 검사는 이 의원의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 관련 질의에 대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성범죄 사건에 수사권이 없다"면서 "경찰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 수사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검찰에 송치된 사건 중 피해자에게 촬영물 삭제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이를 원할 경우 해당 영상물의 구성요소를 통해 이를 탐지해 낸다"면서 "적발된 사이트가 있으면 그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권 조정 후 경찰에서 피해자 신고받아 수사하는 경우에는 경찰의 조사 내용을 검찰이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
공교롭게도 이 의원은 검수완박을 주도한 민주당에서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낸 당사자다. 그런 이 의원이 경찰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는 검찰을 향해 왜 검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은 격이다.
안 과장은 "성범죄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방통위, 검찰, 경찰, 법무부 등 여러 기관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최근 불법영상물이 탐지되지 않게 하려고 탐지회피 기술을 만드는 등 지능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도화작업을 위한 예산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범위가 좁아지며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