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높지만 대외건전성 안정적"이라는데…4대 지표 긴급 점검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9-06 15:37
수정 2022-09-06 18:41

원·달러 환율이 1370원마저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높아진 환율 수준과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는 과거 위기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악화 조짐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①경상수지 흑자 둔화무역수지가 지난달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정부가 안심하는 이유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7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흑자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417억6000만달러로, 올해 40.6%(-169억7000만달러) 급감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7년(-230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상수지는 더 축소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이다. 추 부총리 역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②국가부채 역대 최대국가부채는 대외건전성을 따져볼 수 있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윤영진 한은 국제국 과장과 김수명 금융시장국 조사역이 발표한 '국가부채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논문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국가부채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향후 5년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액은 7%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에게 민감한 지표라는 얘기다.

국가부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219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214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는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057조4000억원을 웃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2016년 말(1433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53.3%(763조3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정부가 실질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국가채무(D1)는 지난해 967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년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47%로 치솟았다. 정부는 지난달에서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5년 동안 국가채무비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③외환보유액은 감소세외환보유액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2008년 2012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364억3000만달러였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으로는 세계 9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7월보다 21억8000만달러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267억달러 감소했다. ④단기외채 비율 40% 넘어단기외채 비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단기외채는 1년 이하 만기로 외국에서 빌려온 대외채무다. 지난 6월 말 기준 단기외채 비율은 41.9%로, 2008년 금융위기(79.4%)보다는 낮다. 하지만 지난해 말(35.6%)과 비교하면 6.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지난 10년 평균(33.8%)을 웃돌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주장은 국가부도는 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그게 곧 위기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꺾이는 등 앞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요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