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주요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적극적' 방어 조치에 나섰다. '관리변동환율'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용하는 중국은 환율이 급변하는 시기에 다양한 대응 수단을 동원해 왔다. 이에 일각에선 '환율 조작'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6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은행 등 금융회사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내달 15일부터 2%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8%에서 6%로 내려가는 것이다.
외화 지준율은 은행이 유치한 외화예금 중 인출에 대비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이다. 중국의 7월 말 외화예금 9537억달러에 비춰보면 이번 인하로 시장에 풀리는 외화는 200억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1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중국 금융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을 내린 것은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이 역대 2번째다. 2004년 처음으로 제도를 도입하며 3%로 정한 뒤 2007년 4%, 2007년 5%로 올렸다. 이후 14년 동안 동결하다가 지난해 7월과 12월 2%포인트씩 올려 9%로 결정했다. 작년에는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화 지준율을 동원했다.
올해는 반대로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내려가는 시기에 외화 지준율 인하 카드가 등장했다. 지난 4월 4%가량 급락했던 위안화 환율은 5월 지준율 인하를 계기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시장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환율에 사실상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최근 역내·외 외환시장 흐름과 24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을 기초로 결정한 기준환율을 매일 외환시장 개장(오전 9시 30분) 직전에 고시한다. 역내(상하이) 외환시장 환율은 기준환율의 상하 2%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4월에 이어 2차 위안화 절하(환율 상승)이 나타난 8월 이후 전날까지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2.8%, 홍콩 역외시장에서 2.9% 떨어진 반면 기준환율에선 2.3% 하락에 그쳤다. 실제 시장 변화에 비해 기준환율이 적게 움직인 것이다.
성기용 홍콩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전략가는 "인민은행이 2020년 10월 공식 폐기했던 '경기대응요소'를 최근 다시 비공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환율조작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기하자 환율 결정에서 당국의 주관적 평가를 반영하는 경기대응요소 적용을 중단했다.
인민은행의 외화 지준율 인하 소식에 이날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0.05%대의 소폭 등락을 반복하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시장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10월 공산당 20차 당대회까지는 당국이 환율 방어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외국계 금융사는 대체로 올해 말까지 1달러당 7위안을 상향 돌파할 것으로 보는 반면, 중국계 금융사 사이에선 최근 위안화 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