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리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협력사의 성장이 현대자동차·기아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만큼 상생 경영을 바탕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기아와 협력사들의 평균 거래 기간은 지난해 기준 34년이다. 국내 중소 제조업 평균 업력인 약 12년(2019년 기준)의 세 배에 가깝다. 12년 이상 거래하고 있는 협력사는 97%에 달한다. 20년 이상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협력사는 92%, 40년 이상은 31%에 이른다.
현대차·기아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의 평균 매출 규모는 2001년 733억원에서 2021년 3202억원으로 연평균 7.7%가량 증가했다. 1개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4.4배 증가했다. 많은 협력사가 현대차·기아의 해외 공장에 동반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해외 진출에 동반한 1·2차 협력사는 1997년 34개사에서 2021년 749개사로 늘었다. 상장된 협력사 시가총액도 2001년 1조5000억원에서 2021년 21조2000억원으로 14.1배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 육성 △지속 성장 기반 강화 △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3대 운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협력사들이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R&D(연구개발) 협력사 테크데이’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기아가 지닌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각종 지원 및 포상을 통해 협력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행사다. 2006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적극 알리고, 많은 협력사가 기술 정보를 공유해 글로벌 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기아는 ‘게스트 엔지니어’ 제도도 운영한다. 신차를 개발할 때 협력사 연구원이 현대차·기아 연구소에 상주해 부품설계와 성능 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제도다. 개발 노하우를 협력사에 전수해 협력사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부품 및 성능 개발 효율성 증대, 조기 품질 확보, 협력사 기술 인력 육성 등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협력사의 직원 교육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에 특허권을 이전해주는 ‘특허권 무상 제공’ △특허를 개방해 중견 및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나눔 제도’ △매출액 5000억원 미만 협력사에 ‘납품대금 현금 지급’ △상생발전 프로그램, 미래성장상생펀드, 패밀리 네트워크론 등 13개의 자금지원 프로그램 운영 △명절에 납품대금 조기 지급 △부품 공동구매로 협력사 구매비용 절감 등도 진행 중이다.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와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협력사별 협력회’도 한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현대차·기아는 1차 협력사에만 제공하던 동반성장펀드와 상생금형설비펀드를 2013년부터 2차 협력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