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은 리베라, 신안, 그린힐, 웰리힐리CC 등을 거느린 '골프장 재벌'로 통했다. 전남 신안군 출신으로 13세에 무일푼으로 상경해 1960년대 건설사를 세운다. 공격적 인수합병을 추진해 금융 철강 호텔 골프장 등 21곳의 계열사를 거느렸다.
회사 안팎으로 여러 잡음도 있었지만 박 회장의 장남인 박훈 휴스틸 사장은 회사 내실을 빠르게 다져나갔다. 신안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철강업체 휴스틸의 내실을 다져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육박했다. 주가도 급등해 석 달 새 두 배 이상 뜀박질했다. 휴스틸 영업익 1000억 육박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스틸은 올 상반기에 매출 4381억원, 영업이익 985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각각 71.6%, 579.0%나 뛰었다. 영업이익은 반기기준 최대치다. 이 회사는 송유관을 비롯한 배관용 파이프(강관)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강관 생산능력은 121만t으로 업계 1위 세아제강(152만t) 뒤를 잇는다.
휴스틸은 법정관리를 겪던 2001년 신안그룹에 인수된 바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직후 송유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송유관 설비 수출이 급증했다. 이 회사 미국법인과 캐나다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각각 2022억원, 421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미국법인과 캐나다법인의 순이익은 각각 571억원, 32억원에 달했다.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휴스틸의 강관 판매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적잖다. '깜짝 실적'이 반영되면서 지난 7월 27일 장중 3755원까지 떨어진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30일 장중에 8910원까지 치솟았다.
휴스틸은 박순석 회장이 사내이사로 경영에 관여하지만, 박훈 사장이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휴스틸은 한 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경영'으로 주주들과 갈등을 겪은 회사다.
신안그룹은 이 회사를 인수한 직후 리조트 업체 인수합병(M&A)에 동원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휴스틸은 2011년 신안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 손잡고 신안종합리조트(웰리힐리파크)를 인수한 이후 시장 평가가 나빠졌다. 소액주주들은 본업과 동떨어진 레저산업에 투자하는 게 주주 권익을 훼손한다며 당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소액주주 반대에도 결국 신안종합리조트 지분 25.8%를 160억원에 사들였다.
2017년 7월에는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한 직원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했다는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골프장 호텔 화장품 금융…사세 확장하는 신안그룹 하지만 그 직후 휴스틸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휴스틸을 비롯한 신안그룹도 조용히 사세를 불리고 있다. 박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골프장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면서 골프장 재벌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도 화성의 36홀 규모 골프장인 리베라CC와 강원도 횡성의 웰리힐리CC(36홀), 제주도 에버리스 골프리조트(27홀), 경기 안성의 신안CC(27홀), 경기 광주의 그린힐CC(18홀) 등 국내 최대 규모인 144홀을 보유 중이다. 국내 골프장 홀 기준으로 삼성그룹(162홀)이 1위이고 신안그룹은 부영그룹(144홀)과 공동 2위다.
청담동의 호텔 리베라, 호텔 아노블리, 거제의 호텔 리베라도 운영 중이다. 신안종합건설과 신안 등 건설사와 션리·아름연·훌루푸 등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안코스메틱도 거느리고 있다. 바로저축은행과 신안캐피탈 등 금융회사도 신안그룹 소속이다.
그룹 지주사격으로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신안은 지난해 매출 2380억원, 영업이익 722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말 자산규모는 5231억원에 이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