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변수만 아니었다면, 지금 인천 영종도 오렌지듄스CC 직원들은 코스 관리 등 ‘골프장 단장’에 온 신경을 집중했어야 한다. 오는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렌지듄스CC는 평소와 같이 일반 골퍼들로 가득 차 있다. 개최를 9일 남겨두고 대회가 갑작스레 취소돼서다.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대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스폰서를 맡아 KLPGA투어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참가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20년 12월 한국테크놀로지에 인수됐다. 엘크루는 이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다.
사상 초유의 프로대회 부도 사태는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오렌지듄스CC 간 갈등에서 불거졌다. 예정된 날에 골프장 대여료가 들어오지 않자 오렌지듄스CC가 지난달 31일 계약 파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LPGA 측이 중재를 시도했지만 ‘대회 부도’는 막지 못했다. 양측의 불신이 워낙 깊어진 탓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은 대회 취소의 책임이 골프장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대회 진행 때 골프장에 지급하는 돈 이상을 요구하며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오렌지듄스CC는 펄쩍 뛴다. 오렌지듄스CC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계약금과 임대료 납입 날짜를 여러 차례 어겼다. 그러다 최종 납입 기한으로 통보한 날짜마저 지키지 않자 파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대회 취소로 여러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회장 안팎의 장치물 업체, 렌털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이들은 갤러리 스탠드, 홀별 보드, 현수막 등을 제작했지만, 비용을 보전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대금마저 못 받으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했다.
KLPGA 측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대회 취소 시 총상금의 75%를 위약금으로 물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1월 하순 대회 개최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회 취소 사실을 주최 측이나 골프장 측이 공지해준 게 아니라 한국경제신문 기사로 알게 됐다. 이런 곳을 어떻게 믿고 대회를 함께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일정을 비우고 컨디션을 조절하던 선수들도 피해자다. 이번 부도 사태를 계기로 KLPGA 측이 보다 책임있는 스폰서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