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아트, 거스를 수 없는 흐름…NFT시장 저항하다간 낙오할 것"

입력 2022-09-05 17:43
수정 2022-09-06 00:40
“디지털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것은 이제 대세입니다. 이미 주류가 된 것에 저항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카린 카람 아트시 부사장)

“소통을 중요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에 따라 NFT(대체불가능토큰)는 미술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겁니다.”(아멜리아 레드그리프트 페이스갤러리 마케팅 총괄)

지난 1일 개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는 NFT와 디지털 아트가 미술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KIAF의 위성 행사인 ‘KIAF 플러스’에선 NFT를 내세운 작가들의 작품이 첫날부터 완판되는가 하면,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는 “디지털 아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개최한 ‘아트토크’에서 레드그리프트 총괄은 “NFT는 오랫동안 배타적이던 미술계를 대중에게 개방하고, 진입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소속된 페이스갤러리는 62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메이저 화랑이다.

오프라인 예술품 거래에서 잔뼈가 굵은 페이스갤러리조차 NFT 아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이미 NFT가 미술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페이스갤러리는 세계적인 현대 예술가 제프 쿤스의 조각을 연말께 달에 보내고, 이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패키지당 200만달러(약 25억원)에 달하는데도 인기를 끌었다.

레드그리프트 총괄은 “처음 NFT가 등장했을 땐 ‘단순한 jpg 파일에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써야 하느냐’고들 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며 “MZ세대는 작품 원본을 소유하기보다 NFT를 소유한 사람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예술 전문 매체 아트넷의 팀 슈나이더 아트 비즈니스 에디터는 “아시아의 밀레니얼 세대 컬렉터들이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미술품 판매 플랫폼인 아트시의 카람 부사장은 “코로나19 기간 전체 미술작품 거래액은 22% 감소했는데, 온라인 판매액은 2배로 성장했다”며 “전체 거래액의 4분의 1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나올 정도”라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새로운 컬렉터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초보 컬렉터’들이 일일이 현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편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렉터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신진 작가의 작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카람 부사장은 “매달 아트시를 통해 처음으로 미술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1000명씩 늘고 있다”고 했다.

NFT 시장이 최근 들어 부침을 겪는 데 대해서는 일시적 과열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기업 디스트릭트의 최은석 부사장은 “무가치한 NFT를 걷어내는 과정”이라며 “NFT·디지털 아트가 지닌 ‘시공간의 확장’이란 가치를 조만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