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재명 소환에 '尹 고발' 맞불…與 "한사람 위한 로펌이냐"

입력 2022-09-05 17:29
수정 2022-09-06 01:23

더불어민주당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도 당론으로 추진한다. 이 대표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李 출석 거부로 의견 모아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시점에서 당 대표가 출석해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날 민주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은 검찰의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도 출석을 만류하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 대표는 6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서울중앙지검 소환에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9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조사에 불응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부부 겨냥…맞불 공세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도 나섰다. 김승원·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윤 대통령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하면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주가조작범 이모씨에게) 제 처가 저와 결혼하기 전인 2010년에 4개월간 주식 관리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며 “이후 돈을 빼고 5월 20일 절연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승원 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나온 김 여사의 육성 녹음을 통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첫날 주식을 직접 사라고 지시했고, 중간에 보고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6월 13일에 김 여사가 이씨의 의견을 들어 추가 매수를 지시한 육성 녹음도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고발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임기 중 불소추 특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은 김 여사와 관련된 주가조작 및 허위경력 등 문제에 대한 특검법도 추진키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국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 기관들은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결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는 만큼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관련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의혹 국정조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17일 의원 전원(169명)과 야권 성향 의원 등 175명의 서명을 받아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與 “물귀신 작전이냐”다만 민주당은 정치 공세와 별개로 민생 현안에서는 정부에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민생과 정쟁은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날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 등 2개 특위를 새로 출범시켰다. 민생특위 위원장에는 4선의 김태년 의원, 정치탄압특위 위원장에는 3선 박범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의총 모두발언에서 민감한 정쟁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민생문제 해결을 주로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범죄자를 옹호하는 물귀신 전략”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법인카드 유용 등등 양손으로 세기조차 어려워 가히 ‘범죄종합선물 세트’라 할 만하다”며 “범죄와의 전쟁을 비난하는 것은 범죄자를 옹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주당 유전자에는 물귀신 작전이 있다”고 비꼬았고,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기어이 공당의 자격을 포기하고 이재명 개인을 위한 정당과 로펌 역할을 계속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