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뉴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사진)은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과 논의 중인 반도체산업협의체 ‘칩4 회의’와 관련해 “반도체산업에는 4개 주요국 간 협력할 영역이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뉴퍼 회장은 지난달 31일 워싱턴DC에서 연 한국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칩4 회의에서 공급망 회복력에 대해 진전된 논의가 나오길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미 양자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4개국 간에도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SIA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기업의 99%,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의 3분의 2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뉴퍼 회장은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유무역”이라며 “4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이를 통해 2015년에 마지막으로 확대한 WTO 정보기술협정(ITA)을 더욱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반도체산업의 근간인 지식재산권(IP) 이행과 보호도 협력이 더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각국이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쏟아내는 가운데 ‘보조금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 간 정보공유 등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제정했다. 이와 관련, “이미 각종 보조금으로 다양한 제조업을 키워온 다른 국가들은 저 멀리 앞서 나가고 있고 우리(미국) 제조업은 그냥 계속 무너져왔다”며 “우리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라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지원법 시행 지침이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게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뉴퍼 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1990년대 세계 반도체의 37%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12%로 급감했다. 생산비용이 외국보다 25~50% 비싸기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지원법이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둔 것에 대해선 “미 의회가 기술정책에서 중국을 지정학적 불안 지역으로 여긴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 기업 매출의 35%가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향후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면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중국 견제와 기업 경쟁력 유지 가운데)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정책입안자들이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리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