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고속道' 5G 특화망…삼성도 진출 초읽기

입력 2022-09-05 17:08
수정 2022-09-06 09:16
네이버 임직원들이 꼽는 신사옥 ‘1784’의 명물은 자율주행 로봇 ‘루키’다. 2층부터 28층까지 오르내리며 도시락 배달, 택배 운반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루키가 건물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것은 초고속 네트워크 ‘5G 특화망’의 힘이 크다. 업무 지시를 내리는 클라우드와 개별 로봇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성능을 최적화하기 때문이다.이달 신규 사업자 세 곳 허가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5G 특화망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초고속·저지연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IT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서비스가 시작된 올초부터 현재까지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등 다섯 곳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5G 특화망 사업을 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를 거쳐 ‘5G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기존 통신사는 5G 특화망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달 카카오 등이 추가로 5G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의 5G 특화망 사업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열린 5G 특화망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SDS 관계자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초고속·저지연 장점 부각5G 특화망은 공용 5G와 달리 4.7㎓와 28㎓ 주파수를 쓴다. 도달 범위는 상대적으로 좁지만 공용 5G보다 더 빠르고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전환 관련 필수 인프라로 꼽히며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5G 특화망 시장 규모가 지난해 13억7560만달러(약 1조8800억원)에서 2028년 142억8496만달러(약 19조4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현재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스마트 공장·오피스, 인공지능(AI)·자율주행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5G 특화망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LG CNS는 5G 특화망을 통해 LG이노텍의 구미2공장을 AI로 불량을 잡아내고 무인 로봇이 움직이는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첨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3년 전부터 5G 특화망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증강현실(AR)로 비행기 설계도를 내려받고 사전 점검하는 데 5G 특화망을 활용하고 있다. 도쿄도립대는 캠퍼스의 드론, 로봇, 자율주행차량 연구시설에 5G 특화망을 구축했다.다음달 특화망 로드맵 공개5G 특화망을 활용해 계열사가 아니라 고객사 등에 서비스하는 사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받은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5G 특화망을 활용해 이대목동병원에 AI를 이용한 수술 AR 가이드, 수술실 내외부 의사 간 실시간 비대면 협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5G 특화망과 로봇을 결합한 ‘물류 서비스’를 전북 익산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 경남 창원 로봇랜드재단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5G 특화망 전용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없는 것은 숙제로 꼽힌다. 업계에선 ‘e심 서비스’ 본격화를 계기로 특화망에서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업계의 의견을 담아 다음달 ‘5G 특화망 확산 로드맵’을 내놓는다.

■ 5G 특화망

최첨단 건물, 스마트공장 등 특정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5세대 이동통신(5G)망. 통신 3사의 공용 5G망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이다. 교통·물류·발전·의료·조선·항만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