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전국위 부결시켜주길…법원에 당 운명 맡겨선 안 돼"

입력 2022-09-05 11:11
수정 2022-09-05 11:12

'친(親)이준석계'로 꼽히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비상 상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당헌 개정안이 상정된 전국위원회를 향해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다.

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전국위가 열리는데, 우리 당이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시작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허 의원은 "보수의 철학과 양심에 투철해야 한다"며 "다시 법원에 우리 당의 운명을 맡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은 "정치는 국민의 불안한 삶부터 챙기고 대변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박자를 맞추는 정치는 자유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니다"라며 "그것은 당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는 벽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지금 비대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당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자유로운 판단, 자유로운 목소리"라며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하며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한다'는 헌법과 국회법의 정신을 새겨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전국위를 열고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완료한다. 이어 개정한 당헌을 바탕으로 현재의 당 상황이 '비상 상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당헌 유권해석 안건을 의결한다. 이 절차까지 마무리하면 여당은 새 비대위 구성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마치게 된다.

국민의힘은 오전 10시 국회에서 제4차 전국위원회를 개최하고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 상황을 구체화한 당헌 제96조 제1항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투표는 오전 10시 30분, 11시, 11시 30분 세 차례에 걸쳐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전국위에 상정될 개정안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을 제외한 4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한 상태다.

또 '비대위가 구성되면 기존의 최고위는 해산되고 기존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도 상실된다'는 취지의 규정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과 관계없이 이준석 전 대표가 자동 해임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대위원장이 사고나 궐위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우선 원내대표, 그다음 최다선 의원 중 연장자순으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 데 대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전날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보다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서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절반을 훌쩍 넘는 국민이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와중에서도 전국위에서 이것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저들의 헌법 무시를 정당 차원에서 막아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사법부의 개입을 이끌어낸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과 함께 개탄스럽다"며 "자유를 넘어서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