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동남아시아로 쏠리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며 매도세가 이어진 데 따른 반응이다.
주요 투자은행(IB)도 투자노트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눈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및 영국 자산운용사 맨그룹 등은 지난달▽ 26일 잭슨홀 회의를 총평하며 동남아 경제가 다시 회복할 거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펀드 운용자금 중 24억달러(약 3조 2748억원)가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유입됐다.
BNP파리바의 마니시 레이차 우두리 아시아태평양 부문장은 “(우리는) 인도와 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주 한국과 대만에 관한 투자 비중을 대폭 축소하면서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동남아 경제와 관련된 지수도 선방하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5개국에 투자하는 MSCI아세안인덱스는 올해 들어 3%(6월 말 기준) 상승했다. 같은기간 세계 주요 시장를 아우르는 MSCI월드인덱스는 2% 상승에 그쳤고, 일본, 중국, 호주 등을 담은 MSCI아시아태평양인덱스는 -2% 수준에 머물렀다.
동남아 시장의 호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며 관광산업이 다시 부흥하기 시작해서다. 내수도 되살아나고 있다. 자원 부국이 많은 동남아 지역의 원자재 수출량도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최소 5%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상반기 관광객 입국 추이에 따라 연간 관광객 유입 목표치를 두 배 이상 늘렸다. 태국은 올해 하반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해 6개월간 110억달러 규모의 수입을 올릴 거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져도 2013년 때처럼 신흥국 자금 엑소더스(탈출) 현상은 동남아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보다 동남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동남아 중앙은행 대응도 도드라진다. 유럽 및 미국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지난달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태국도 4년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올렸다.
동남아에 투자하는 펀드 대부분이 금융주에 쏠려있는 것도 수익률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금리 인상 시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MSCI아세안 지수에서 금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MSCI아시아태평양지수(19%), MSCI월드지수(14%)를 압도했다.
자산운용사 로베코홍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는 “동남아 지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증가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구조 전망도 낙관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