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보수진영의 텃밭인 대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당을 정면 비판했다. 현재의 당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표현하면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그의 전위대 역할을 하는 초선 의원들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이 전 대표가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대봉동 김광석거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가 ‘내부 총질’을 한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그를 내친 뒤 뒷담화를 하는 것도 자유”라며 “하지만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서 개정해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론하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 말을 막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대법원에서도 양두구육은 문제없는 표현이라고 적시한 마당에 이것을 문제 삼은 사람들은 지시받았다면 사리 분별이 안 되는 것이고, 지시도 없었는데 호들갑이면 영혼이 없으므로 배지를 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서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은 공부할 만큼 했는데도 지성이 빈곤한 것이겠느냐, 아니면 각하가 방귀를 뀌는 때에 맞춰서 시원하시겠다고 심기 경호하는 사람들이겠느냐”며 ‘윤핵관’을 거듭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초선 의원들도 겨냥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진들에 대해 초선 의원들이 ‘해당 행위’라고 비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언급하며 “‘윤핵관’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했을 때 초선의원들은 앞다퉈 추인하며 그것이 사슴이라고 바른말하는 일부 양심 있는 사람을 집단 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故)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시절 ‘용기 있는 저항’의 모습을 부각하며 현 초선 의원들의 모습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대구 현역 의원에 대한 심판론도 꺼내 들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 한 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며 “공천 한 번 받아보기 위해 불의에 귀부한다면, 대구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초선이어서 힘이 없다는 비겁한 변명을 대구에서는 절대 받아주지 말라”며 “고쳐 쓰지 못한다면 바꿔 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에게 심어달라”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