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업인 대성홀딩스가 서울도시가스 보유 지분 15만 주를 정리했다.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일가에 이어 2대 주주인 대성홀딩스가 지분을 일부 정리하며 형제 그룹의 ‘불편한 동거’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서울도시가스 지분 15만 주(지분율 3%)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에 처분했다. 총매각가는 357억원으로 주당 매각가는 23만7900원이다.
대성홀딩스는 이번 매각으로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이 113만 주에서 98만 주로 감소했다. 보유 지분율도 22.6%에서 19.6%로 줄었다.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매각자금 용처에 대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상환자금을 마련하거나 신사업 투자비로 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성홀딩스와 서울도시가스는 형제 업체다. 대성그룹은 2001년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세 아들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간 끝에 3개 계열로 분리됐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기반 삼아 독립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를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대성홀딩스가 2대 주주인 만큼 서울도시가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으로 경영 참여 가능성이 한층 더 낮아졌다.
현재 서울도시가스는 김영민 회장과 그의 개인회사 등이 40.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의 자사주 지분 역시 22.3%에 달한다. 자사주는 최대 주주의 우호 주주(백기사)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면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영민 회장 측 우호 지분이 63%를 넘어서는 만큼 대성홀딩스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서울도시가스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도시가스 주가는 2020년 4월 장중 5만8800원에서 지난달 19일 26만6500원까지 치솟으면 4~5배가량 뜀박질했다.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린 이 회사 주가 차트를 놓고 증권시장에서는 ‘천국의 계단’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