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 병원은 설마 대리 수술 같은 거 안 하죠?”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한 환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죠. 저희 병원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술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술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좋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의료진 근로 감시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반대 목소리가 컸다. 결국 2021년 8월 31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그해 9월 24일 공포됐다. 이 법은 2023년 9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 병원은 2021년 6월부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뉴스 보도처럼 의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나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거의 모든 병원은 도덕적으로나 의료적으로 최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
관절 수술은 의료기기가 다양하고 기능이 복잡해 의사들이 사용법을 다 숙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신 의료기기를 도입하면 또다시 기능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리 수술은 용납할 수 없다. 의료진은 진료·연구·수술 등 감당할 무게가 큰 것이 사실이다. 수술도 한 가지 종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수술을 해야 하지만 이것이 대리 수술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내년 9월 이후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대리 수술을 둘러싼 환자와 의료진의 불신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세부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걱정스럽다. 예를 들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수술 보조행위가 어디까지가 정당한 의료행위이고, 불법인지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
세부 법령이 마련되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 병원에 CCTV를 설치할 때만 해도 정확한 규정이 없어 애를 먹었다. CCTV 도입을 검토하면서 변호사와 보건복지부에 질문을 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CCTV를 설치할 경우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CCTV 설치로 의료진이 감당해야 하는 수고는 더 늘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전적으로 의료진을 믿고 편안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 CCTV 설치에 대한 부담을 감내하는 것도 의사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