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골프, PGA투어와 차별화?…"경기 중 반바지 허용" 파격 행보

입력 2022-09-04 14:58
수정 2022-09-18 04:47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골프가 경기 중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전격 허용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차별화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IV골프의 커미셔너 그렉 노먼(67·호주)는 4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볼튼의 더 인터내셔널에서 'LIV 골프 보스턴' 1라운드가 끝난 뒤 "2라운드부터 경기 중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골프에서 남자의 반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명문 골프장에서는 드레스코드(복장규정)로 남자 골퍼들의 반바지를 금지하고 있다. 반바지를 입는 경우에는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신어야 한다. 털이 무성한 맨다리가 다른 골퍼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프로투어에서도 반바지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다. PGA투어는 "선수들이 코스에서 프로처럼 보이기를 원한다"며 경기 중에는 긴 바지만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습라운드와 대회 사전행사인 프로암에서는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선수와 달리 캐디는 1999년부터 대회 중에도 반바지 착용이 가능하다. 무거운 골프백을 들고 다녀야하는 만큼, 더운 날씨에 탈진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PGA투어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여성선수들은 치마는 물론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반바지는 금지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규정집 제5조 1항은 "모든 선수들은 프로 선수로서 갖추어야할 적절한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며 "칼라있는 셔츠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셔츠 끝단도 반드시 바지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다만 혹서기인 7~8월 개최 대회에 한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과 협의 후 연습라운드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LIV골프가 전격적으로 반바지를 허용한 것은 PGA투어와의 차별화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전통을 강조하며 긴 바지를 고집하는 PGA투어와 달리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발표가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로 들어서는 시점에,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갑작스레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