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반값 휘발유' 가격 결국 31% 인상…물가상승 불가피

입력 2022-09-04 14:47
수정 2022-10-03 00:01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며 유지한 ‘반값 휘발유’ 정책을 폐기하고 가격을 종전보다 31% 인상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휘발유 보조금 예산이 급격히 불어나서다.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후부터 페르타라이트 가격을 ℓ당 7650루피아(약 700원)에서 1만 루피아(약 915원)로 올린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은 종전보다 약 31% 가까이 오르게 된다.

페르타라이트는 국영 에너지회사 페르타미나가 판매하는 옥탄가 90 이하인 휘발유 제품이다. 옥탄가가 낮으면 품질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 덕에 서민층에 인기를 끌었다. 셸 등 국제 브랜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보다 절반 이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영 에너지업체 페르타미나의 연료 판매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다. 보조금이 적용되는 디젤(경유) 연료도 ℓ당 5150루피아에서 5800루피아로 가격이 올랐다. 고급 휘발유 제품이라서 보조금 혜택은 없지만 페르타미나가 판매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페르타맥스도 ℓ당 1만 2500루피아에서 1만 4500루피아로 소폭 인상됐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료 가격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보조금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이 유지된 배경엔 정부의 보조금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동안에도 보조금을 확대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도 에너지 보조금 예산으로 152조 5000억루피아(약 14조원)를 책정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지속되자 보조금 예산을 502조루피아(약 46조원)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정부 전체 수입에선 25%를 차지한다. 당국은 국제 유가가 지금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보조금 예산이 최대 700조루피아(약 64조원)에 육박할 거라 추산하며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며 물가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4.6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이 오르며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이 6%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예정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올린 건 2018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안으로 2~3회 추가 인상할 계획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휘발유 가격 인상 소식에 인도네시아 여론도 악화했다.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하자 노동조합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반대 시위가 빗발치는 중이다.

당국은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연료 보조금 예산의 일부를 저소득층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스리 물랴니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은 “올해 연료 보조금 예산의 약 5%인 24조1천700억 루피아를 복지 예산으로 전용할 계획이다”라며 “국민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